“묘비에 영화감독 정초신으로 새겨지길 원합니다”

최근 소설 <하늘사다리>발표 “이번엔 20대의 성장기다”

영화감독 정초신. <몽정기> 감독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학창시절 추억을 끄집어내 한편의 영화로 정리해 준 바로 그 감독. <몽정기>는 그런 추억의 영화다. 남자들은 지금도 술자리에서 그 시절 에피소드를 얘기한다. 표정들이 정말 행복하다. 배꼽을 잡는 친구들도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바로 그 사람 정초신 감독이 돌아왔다. 영화가 아닌 소설을 가지고 나타났다. 소설 ‘하늘사다리’에서 그는 청춘들에게 경고했다. “지금 청춘들은 목적지 없이 시속 250킬로미터로 달린다”고 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인터뷰를 통해 영원한 영화감독으로 살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정초신 감독을 만나봤다.

                                                                                               ⓒ뉴스후

-소설 <하늘사다리>로 돌아왔다. 어떤 소설인가?

▲20대 청춘의 아프지만 뜨거운 도전과 희망, 그리고 소통이야기다.
언젠가 오토바이[바이크]를 아주 사랑하는 후배로부터 바이크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난 그때 바이크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범죄의 도구이거나 주인공을 돕는 역할이 바이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자꾸 후배의 말이 머리를 자극했다. 잘 하면 멋진 ‘로드무비’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바이크는 어디론가 가야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면 그림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인공을 어디론가 가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가야하는 이유를 담아내는 것이 내 몫이었다.
사형수 아버지의 편지가 아들을 움직이게 했고 그 아들은 바이크를 타고 목적지를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20~30대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담아냈다. 

바이크가 등장한 만큼 속도가 주는 의미를 표현했다. 지금 수많은 청춘들이 방황을 하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는 시속 250킬로미터다. 문제는 목적지가 없다는 점이다.
달릴 때 챙겨야 하는 것은 안전이다. 최소한 굽은 길에서는 속도를 줄일 줄 알아야 한다. 굽은 길은 천천히 가라는 의미인 것 정도는 깨달아야 한다. 무시하면 어떤 일이 터질까?

-영화가 아닌 소설로 완성됐는데... 이유는

▲영화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먼저 소설로 풀었다. 그렇지만 소설의 내용이 영화에 그대로 표현되지 않을 것이다. 반전이 준비돼 있다. 그러나 당장영화화 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유는 영화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있다. 말하자면 길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를 치르면서 많은 오해를 받았다. 그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부천의 자랑거리지만 당시 영화제 존폐가 걸렸을 만큼 심각한 일들이 있었다. 영화제를 꼭 지키고 싶었다. 한 해 30억 원씩 9년을 투자한 영화제가 없어지는 것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 서로 입장이 다른 대립이 있었고 내 뜻과는 다른 오해를 받고 있다. 지금도 영화는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논리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 맘 같지 않았다.

언젠가는 서로가 이해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가능하면 지나간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젠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겼다.   

영화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제작자 그리고 배우, 스탭 등 그야말로 각 분야가 참여하는 종합예술이다. 나를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을 때쯤이면 <하늘사다리>도 영화화 할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진흥공사 등에서 일했다. 그 후 영화를 만들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영화판도 좁은 곳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순탄하게 일이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주로 글 쓰는 일을 했다. 시나리오도 쓰고 3년 전에는 자기계발서도 한 권 냈다. 그 후 강의요청이 적잖이 있었다. 대학에서 강의도 했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나의 길을 가로 막는 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썼다. 그동안 쓴 시나리오가 40권이나 된다. 그것도 20번 이상 손본 것들이 이 정도다. 러프한 더 많은 시나리오들이 있다. 영화로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떠오르면 정리하고, 다듬고 이렇게 영화판을 그리며 살았다. 그중 하나를 소설로 내놓게 됐다. 

-앞으로 계획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얘기가 오고 가는 곳이 있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대작이다. 일이 잘 풀리면 그 작품을 할 수 있겠지만 엎어져도 실망하지 않을 작정이다.

또 일어날 정도로 단련이 돼 있다. 영화를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해 일한 것이 이처럼 혹독한 시련을 줄 지는 몰랐다.
누가뭐라해도 앞으로도 영화감독으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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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후"

『그동안 <자카르트> <몽정기> 등 4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하늘사다리>를 포함해 3권의 책을 쓴 그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꾸려나간다. 4번째 책을 쓸 것이고 5번째 영화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닌 듯 했다. 얼굴에 열꽃이 펴 있다. 영화판을 떠난 후 몇년 동안 가라앉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질 것이다.  

아래 글은 정 감독이 언젠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이다. 당시 그는 “혁명은 월요일 오전부터 시작됩니다”라고 적었다.

그 글에 무엇을 담고 싶었는 지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매주 돌아오는 월요일 마다 혁명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달려 나가는 그 정신이 중요할 뿐이다. 정 감독은 그렇게 다시 혁명의 월요일을 맞이하고 있다.』 

정초신 감독이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
 
“혁명은 월요일 오전부터 시작됩니다”
[http://blog.naver.com/chosinege.do]
금요일 12시부터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여섯시간 동안 책상과 책꽂이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사무실 안에는 잔해만 가득합니다. 전리품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반년동안의 영화제 출장 자료는 물론, 컴퓨터 안에 당연히 있어야 할 2004년 영화제 자료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없음에서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처량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용기도 솟구쳤습니다. 지금까지도 손가락질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풍당당하게 묻겠습니다. 쓰레기만 남기고 쓸 만한 모든 것을 챙겨간 당신들, 그들에게 동조하는 인간들. 무엇하는 사람들입니까. 뭐가 그리 잘 났습니까.

토요일 12시부터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깨끗한 책상 위에는 오늘 배달된 것과 다름없는 컴퓨터가 놓여있습니다. 깨끗해서 사용하기 아주 좋습니다. 어시스턴트 프로그래머, 긴급채용한 두명의 팀원이 마주 앉아 미소를 지었습니다. 혁명은 월요일 오전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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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소개된 정초신 감독 소설 <하늘사다리> 
 

소설 ‘하늘사다리’는 조금은 특별한 관계의 아버지와 아들을 소재로 단절과 소통, 도전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하늘사다리’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떠난 오토바이 여행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청년의 성장 이야기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 좌절하고 꿈을 잃어버린 아들에게 꿈과 도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으라고 다독이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길고 긴 편지이기도 하다.

한 청년이 있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부재라는 근원적 관계 단절과 혹독한 가난을 경험한 그는 세상을 무시하고 자신의 외로움마저 외면하는 메마른 마음을 품고 성장한다.

주인공 ‘서빈’은 그렇게 세상과 단절된 존재다. 세상에서 의지할 유일한 존재인 어머니에게도, 자신을 따르며 호의를 보이는 회사 후배에게도 그는 차갑고 단단하다.

어느 날 사형 집행을 앞둔 아버지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에서 한 장의 메모를 건네받은 그는 아버지의 형 집행 소식을 들은 다음 날 낯선 주소가 적힌 그 메모를 따라 여행을 시작한다. 미지의 장소를 향해 나아가는 그의 앞에 아버지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진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희망이란 이름으로, 또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가온다.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관계 맺기의 시작은 바로 가족이다. 아버지와의 관계 맺기에서 철저하게 실패를 경험한 주인공에게 세상과의 단절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만남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와의 단절이 해소됐을 때 비로소 주인공은 세상 속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정초신 지음·소리미디어 펴냄]